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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를 도입한 기업들의 펀 어떻게 진행할것인가?

얼마 전 재미 사업가이자 펀 경영(Fun management) 관련 스타 강사인 진수테리 씨가 방한했다. 한 방송사가 연 공개강좌에서 그는 강연장을 가득 메운 방청객들이 하나같이 두건을 두르고 ‘진수 can do it, you can do it, too'를 외치는 진풍경을 연출해 냈다. 이제는 ‘즐거운 기업이 성공하고, 유머 감각 있는 리더가 인정받으며, 재미있는 사람이 취직도 잘 되는 세상’이라는 걸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우리 기업들의 펀 경영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다. LG그룹 구자홍 부회장이 지난 2001년 LG전자 부회장 시절에 ‘즐거움과 재미’ 그리고 ‘일과 직장’이라는 낯선 단어를 연결시킨 것이 시초 격이다. 당시 LG전자의 행보는 놀라움 그 자체였고 이후 삼성 같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펀 경영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계속됐다. 최근에는 규모나 업종에 상관없이 수많은 기업이 펀 경영을 위한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물살이 너무 빠르기 때문일까? 솔직히 이런 대세에 도대체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얼굴을 활짝 펴고는 ‘똑딱똑딱’ 단 5초를 견디기 힘겹고, 농담만 하면 반경 2~3미터를 얼려 버리는 아이스 맨 경영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영자들에게 요즘의 분위기는 거북하기 짝이 없다. 말 한마디 하려고 해도 눈치부터 보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들 중 몇몇은 심각한 고민 끝에 어려운 결심을 했거나 할 것이다. 그리곤 부하 직원을 불러 근엄하게 명할 것이다. “이봐! 우리도 펀 경영 좀 해야 하지 않겠어?”




펀 경영, 다른 건 없나요?

물론 펀 경영이 화제가 되면서 우리 기업인들의 생각에도 커다란 변화가 생긴 것이 사실이다. 최소한 요즘 기업과 기업인들은 현재 여건과 상관없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부 고객인 직원들이 먼저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에 적극 동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갈수록 펀 경영 이야기는 ‘펀’하지 않고 ‘뻔’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다. 아마도 “어떻게 재미있어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대기업에서는 가장 뛰어난 신입사원들을 펀 경영을 제대로 배워 오라는 특명과 함께 해외로 내보내고 있다고 하니, 이런 고민이 단지 중소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행복한 경영 이야기』를 펴낸 휴넷(www.hunet.co.kr)의 조영탁 대표는 지금 우리 기업들이 선보이고 있는 펀 경영의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펀을 강조하는 유형, 사내 분위기에서 유머 감각을 부여하는 유형, 일하는 즐거움을 강조해 성과에 대한 기쁨을 극대화하는 유형이 그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실천방식이다. 진수테리는 FUN은 Funny(재미있고), Unique(독특하고), Nurturing(베풀 줄 아는 것)으로서 가능하다고 말한다. 재미있으려면 베풀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장점이든 단점이든 자신의 개성을 키우고 잘 포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함께 일하는 동료, 상사, 경영진의 의사가 서로 잘 소통되고 친밀함을 느끼는 것은 즐거운 기업 풍토의 기본이다 보니 우리 기업들 대부분이 직원들 간의 관계를 활성화하는 데 투자를 많이 한다. 특히 사람 사이의 정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회식이나 사내 동호회가 활성화되어 왔다.





회식 같은 ○○데이, 부담만 주는 이벤트는 가라



펀 경영을 강조하는 분위기와 더불어 요즘 기업들은 저마다 동호회 지원에 신경을 쓰고 있다, 동호회를 활성화하기 위해 소정의 지원금을 주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 되었다. 허심탄회한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상사 몇 명이 주도하는 ‘고리타분한’ 회식을 집어치우고 대신 신세대 성향에 맞는 여러 기념일을 만들어 운영하는 회사도 많다. 호프데이, 비타민데이에서 회사 이름의 약자를 딴 ‘○○데이’까지 표현도 가지가지다.



그러나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지 의문을 제시하는 시선도 있다. 한 중소기업의 3년차 직원은 ‘처음에는 호프데이가 신선했지만 지금은 회식과 뭐가 다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동호회 활동도 취향이 맞는 소수만의 잔치로 변질되거나 오히려 일의 일부로 생각돼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물론 바른손카드의 ‘번개 승진 데이’나 오리온의 민주광장 ‘아고라 룸’ 운영같이 신선한 시도를 하는 회사도 있다. 문제는 행사를 만들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끼워 맞추는 식이 아니라 그 내용이다. 전과 다른 이름의 행사나 지원책도 필요하지만 경영자가 먼저 직원들을 바라보는 시각, 대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유머 경영의 대표 사례를 찾다 보면 즐거운 기업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CEO가 앞장서는 회사가 많다. 하지만 그전에 생각해야 할 것이 우리 회사가 파티같이 신나는 분위기가 어울리는 기업인지 가족처럼 따뜻하고 푸근한 분위기가 어울리는 기업인지를 숙고해야 한다.

네이밍 전문회사 메타브랜딩의 월요일 출근처가 ‘사무실이 아니라 극장’이라는 점은 유명한 펀 경영의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시도라고 해도 무조건 따라서 한다면 그 의미나 효과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메타브랜딩의 시도가 호응을 얻었던 것은 직원들의 업무와 욕구에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좋은 펀 경영 방식은 끊임없이 더 좋은 것을 찾아가는 혁신에서 비롯한다. 벤치마킹도 좋고 모방도 좋다. 하지만 그것이 언제나 변하고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활짝 열어 두어야 한다.








뻔한 함정에 빠지지 마라



조영탁 대표는 펀 경영을 시도하는 기업이 ‘너무 쉽게 펀 경영을 도입’한다고 말한다. 펀 경영은 경영철학이기에 고민과 준비 없이 일단 프로그램부터 도입하는 것은 그만큼 함정에 빠지기 쉽다고 말한다.



최고 경영자 빠진 펀 경영은 하나마나



요즘 부쩍 기업체의 컨설팅이나 경영자들을 위한 강의가 많아졌다는 한국웃음연구소(www.ahahkorea.co.kr) 이요셉 소장은 펀 경영의 성공 여부는 경영자의 마인드에서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얼마 전 한 중소기업에 펀 경영 컨설팅을 하면서 느낀 것인데 펀 경영은 CEO의 마인드만큼, 딱 그 만큼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안 그러면 지속하기가 힘들죠.”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CEO가 자신은 뒷짐을 지고, ‘어디 한번 잘 해보라’는 식인 경우가 많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펀 경영을 시작하려는 기업들이 경영진에게 강의를 듣게 하면서도 정작 강의 현장에는 최고 경영자나 핵심 리더가 불참하는 경우가 꽤 많다고 말한다.




더하기만 있고 빼기는 없다?



펀 경영을 처음 도입하게 되면 업무가 늘어 힘들어하는 직원도 생기게 마련이다. 불편해하거나 불안해하는 직원도 적지 않다. 할 일은 여전한데 새로운 행사나 제도가 계속 늘어나면서 마음만 더 바빠진다는 것이다. 펀 경영을 ‘더하기’로 생각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이요셉 소장은 몇 년 전 구자홍 회장에게 들은 이야기를 소개한다. “ 펀은 회사에 필요 없는 것, 그러면서 번거롭기만 해 직원들을 괴롭히는 요소를 없애는 것이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무척 공감이 갔어요.”

엘지생활건강은 프레젠테이션 방식이나 자료 분량을 대폭 줄였다. 편집 작업에 밤을 꼴딱 새우는 대신, 내용에 집중해서 효과적으로 즐겁게 일하자는 것. 새로운 것을 더하기보다는 필요 없는 요소를 적절히 빼내면 그만큼 즐거워진다.






반쪽짜리 펀 경영 하지 않기



조영탁 대표는 지나치게 업무 외적인 부분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준다. “업무 이후의 시간이나 직장 내에서 업무 외적인 재미도 중요하지만 이런 것도 업무와 연결고리가 있어야만 펀 경영의 효과를 누릴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동호회 활동을 지나치게 강요하면 자칫 일과 동호회 활동의 주종이 바뀔 수도 있거든요.”

일 자체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직원들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결국 펀 경영의 성공은 그것을 통해 기업과 직원들이 동반 성장할 때 이뤄진다. 즐거운 분위기도 동호회나 사내 행사도 결국은 더 성장하고 좋은 성과를 얻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을 직원들도 잘 알고 있다.




시도하는 것 만으로도 큰 의미 이 무엇보다도 가장 위험한 함정은 ‘펀 경영’에 대해 진정으로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것이다. ‘잠깐 이러다 말겠지. 사람이 어디 하루아침에 변하나? 일하기도 바쁜 시간에 무슨 펀?’이라는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묵묵히 하던 대로 자기 길을 걷겠다는 경우다. 하지만 펀 경영이 잠시 불다가 그치는 바람일지라도 시도하는 것은 그만큼 큰 의미가 있다. ‘즐겁게 일하고 성취하자’는 생각은 어쩌면 사람의 본성과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함정에 수시로 빠지고, 기본기가 부족한 것이 우리가 보여 줄 수 있는 펀 경영의 한계라고 할지라도 그래서 안 하는 것보다는 끊임없이 찾고 추구하는 것이 백배 더 낫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펀은 앞선 경영 철학, 삶의 철학.

전문가들 한결같이 펀 경영의 철학적 중요성을 강조한다. 조영탁 대표는 펀 경영에서 기본으로 삼아야 할 것으로 ‘신뢰’를 꼽는다. “ 훌륭한 일터 운동을 주창한 로버트 레버링은 훌륭한 기업 풍토의 요건으로 신뢰와 자부심, 재미를 들었어요. 구성원 개개인이 상사와 회사에 대해서는 신뢰를, 업무와 조직에서는 자부심을, 동료 관계에서는 재미를 느끼는 회사가 바로 훌륭한 일터라는 것이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건 역시 신뢰예요.”

이요셉 소장은 펀 경영의 핵심을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직원도, 고객도 모두 사람이다. 사람을 중심에 놓고 중요하게 여기는 생각이 진정한 펀 경영의 길이라는 것. 같은 맥락에서 진수테리가 이번에 남긴 말을 기억해 봄 직하다. ‘펀 경영은 경영의 꽃이다.’ 단지 트렌드나 방법론이 아니라 어쩌면 경영이 추구해야 할 종착점이라는 말이다.

-출 처 : 기업나라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