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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담당자 78명이 말하는 진짜 펀 경영

인사담당자 78명이 말하는 진짜 펀 경영


CEO가 개그하면 Fun경영?

요즘 ‘펀(Fun) 경영’‘유머 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다. 부드러운 리더십과 즐겁고 행복한 직장 분위기가 임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업무성과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직장인은 회사를 떠나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펀 경영은 인재유출 예방 및 충성도 제고에 유용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실제 경영현장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펀 경영을 실천하고 있을까?

이와 관련, 인재관리 전문기업인 HR코리아(대표 최효진)는 최근 펀 경영 관련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78개 기업체의 인사담당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CEO 마인드가 관건/Fun 문화로 정착돼야

HR코리아는 우선 자신의 기업에서 펀 경영의 일환으로 실천하고 있는 제도가 무엇인지를 인사담당자들에게 물었다.

이에 대해 가장 많은 응답자(35명· 44.9%)들은 동료들 간의 동아리 활동이라고 답변했다. 그 다음으로는 칭찬과 격려제도(17.9%)였으며, 가족과 함께하는 행사나 주말농장 체험 등 가족동반 프로그램(15.4%), 연극과 춤이 곁들여진 경영전략회의(10.3%) 등의 순이었다.

예상과 달리 CEO의 정기적인 유머 이메일 발송은 5.1%에 불과했다. 최고경영자가 잘 웃긴다고 펀 경영은 아니라는 것.

둘째로, 펀 경영을 위한 제도가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질문에, 26명(33.3%)이 사내 대인관계 강화로 업무협조 효과가 상승했다고 대답했다. 이어 조직 내 직원사기 진작으로 업무의욕 강화(24.4%), 행복지수 상승(14.1%), 정보교류 강화(11.5%) 등을 들었다.

반면 11.5%는 성과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보고 있으며, 업무 외 시간투자로 오히려 성과가 저하된다는 의견도 5.1%였다.

셋째, 펀 경영을 활성화하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것에 대한 질문에는, 대부분이 CEO의 마인드를 꼽았다. 직원들의 참여의지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CEO의 관심과 의지라는 것.

이에 대해 HR코리아 최경숙 전무는 “펀 경영이란 직원을 우선시하겠다는 기업의 신념을 표현하는 것이다. CEO가 전제가 아니라 직원들이 중심이며, 어떻게 하면 직원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느냐 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며 “단막극으로 웃기는 게 아니라, 제도와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이 펀 경영의 요체”라고 말했다.

또 “CEO가 직접 참여, 솔선수범해야 문화가 될 수 있다. 지속적인 관심과 의지가 있어야 펀 문화로 정착될 수 있고, 그래야 CEO가 바뀌더라도 펀 경영이 지속된다”고 강조했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최고 건배 책임자(CTO)?

펀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인 CEO들로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김쌍수 LG전자 부회장 및 남중수 KT 사장 등이 있다.

윤종용 부회장은 부드럽고 재치 있게 회의를 이끄는 화술의 소유자로, 그가 주도하는 회의나 모임에는 지루함을 찾아볼 수 없다. 그룹 내 각종 모임이나 행사에서도 유쾌한 분위기를 주도하는 윤 부회장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윤 부회장을 ‘최고 엔터테인먼트 책임자(CEO = Chief Entertainment Officer)’라고 부른다.

그런가 하면 이수빈 회장은 CTO라 불린다. 여기서 CTO는 ‘Chief Technology Officer’가 아니라 ‘Chief Toaster Officer(최고 건배 책임자)’다. 이 회장이 공식 행사나 모임에서 항상 건배 제의를 하고,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윤 부회장도 이런 측면이 있다.

LG그룹에서는 김쌍수 부회장이 대표적 펀 경영자다. 김 부회장은 취임 초부터 ‘신바람경영’을 표방하고, 웃음 넘치는 직장 만들기에 열심이다.

남중수 KT 사장도 펀 경영에 앞장서는 CEO다. 남 사장은 지난 2004년 KTF 사장 시절 전 직원 단합대회에서, 청바지 차림에 통기타를 치면서 ‘사랑해도 될까요’라는 노래를 부르고, 칵테일 쇼까지 선보였다. 또 매주 화요일은 ‘키즈데이’로 정해, 전 직원들이 자율적 복장을 하도록 했다.

최근 강제퇴진 당하는 불운을 맛본 남용 전 LG텔레콤 사장은 ‘폰 앤 펀(Phone & Fun)’을 주창한 사람이다. 임직원은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고객에게도 즐거움을 주자는 것.

이경숙 숙명여자대학교 총장의 별명은 ‘춤추는 총장’이다. 해마다 어버이날 벌이는 ‘청파은혜제’와 축제에서, 최신 유행춤을 선보이기 때문. 60대의 할머니 총장이 청바지와 선글라스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테크노댄스·싸이춤 등을 추는 모습은 장안의 화제가 됐다.

HR코리아 최 전무는 “과거 상명하복식 권위의 상징이던 CEO보다, 유머 넘치는 CEO가 조직을 부드럽고 활기차게 이끌어 생산성을 높이는, 21세기형 CEO”라고 말했다.


펀 경영 모범기업 /오리온, SK커뮤니케이션즈

최 전무는 펀 경영 모범사례로 오리온과 SK커뮤니케이션즈를 추천했다.

오리온은 2년 전부터 1주일 중 가장 출근하기 싫다는 수요일을 ‘맵시데이’로 지정, 직원들이 최소한의 품위를 잃지 않는 선 내에서, 한껏 멋을 내고 출근할 수 있도록 했다.

맵시데이의 컨셉트는 편한 캐주얼복장이 아니라, 이날 만큼은 한 번 모델이 돼보자는 것. 그래서 층별로 직원 인기투표를 해서 ‘베니건스’ 상품권을 지급하고, 연말에는 최고의 베스트 드레서를 선정해 해외여행도 보내준다.

허광회 오리온 인사부장은 “제도 시행 후 수요일에도 출근이 즐거워지고, 직원들이 행복감을 느껴 애사심도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또 매달 모범직원을 ‘독수리’로 선정해 분기별로 시상하고, 그 행사에서 영상물 상영과 레크리에이션 및 파티 등으로 흥을 돋우고 있다.

한편 SK커뮤니케이션즈는 ‘싸이월드 미니 홈피’를 이용, 사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온라인 1촌 관계를 맺고, 서로 미니 홈피를 방문해 대화를 나누는 것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놀이터 같은 일터’를 표방, 함께 즐기면서 일하는 신나는 기업을 지향한다. 놀이터 같은 일터를 이끄는 새로운 모임 ‘HI(Happy Innovation)’를 조직하고, 금요일 오후 4시부터는 자기계발을 위해 자발적 학습을 하는 ‘FT(Friday Teamplay)’를 운영하며, 모든 구성원이 함께 모여 영화관람도 즐긴다.

이 밖에 삼성에버랜드는 최근 임원들을 대상으로 ‘리더 펀 경영 실천교육’을 실시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직원들만을 위한 150여 평의 오프라인 카페와 여성 전용 휴식공간인 ‘아씨방’을 운영하고 있다. 야후코리아는 매월 마지막 금요일을 ‘언플러그드 데이(전기플러그를 뽑는 날)’로 정하고, 전 직원이 무조건 오후 4시에 퇴근토록 독려한다.

또 LG전자는 직원 영어교육을 ‘골든벨 퀴즈대회’ 형식으로 진행하고, 넥슨은 오락실용 격투게임 ‘버추얼 파이터’를 휴게실에 설치했다. 네오위즈는 ‘씨네비어데이’를 만들어 평소보다 1∼2시간 일찍 퇴근, 영화도 보고 맥주도 마실 수 있도록 했다. 비용은 전부 회사 부담이다.

[윤광원 기자]